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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이력서를 쓰니 내 삶이 한눈에 보이는구나

by 로그진 2024. 1. 19.

  존나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창업과 미술의 경계에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숙모가 예술가는 예술 해야 된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이다. 나는 기획자이자 예술가의 삶을 살았다. 겸사겸사 입도 좀 터는 강사의 삶도 살고. 내가 좋아서 했던 그 모든 게 여기선 내 이력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수많은 삶에 대한 시련과 고뇌에서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렸던 것이 결국은 나를 돕는다. 친구들과 무언갈 만드는 게 좋아 재미삼아 출전했던 공모전들이 내 삶의 이력이 되어 수상내역을 수놓는다. 하는 내내 쓸데없는 시간이 되지는 않을까 고민했던 유튜브 또한 이력이 되어 경력 칸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이력서를 보는 누군가는 제대로 된 경력 하나 없다며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초안까지 완성된 이력서를 보니 열심히 살았다. 헛되지 않았다.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력서에 쓸게 너무 많아서, 나 살아온 삶 이렇게나 많은 것을 지켜왔다고 말하고 싶어서 웃음이 날 지경이다. 

  적성을 찾기 위해 고등학교 때 이과>문과>예체능으로 넘나들 때 생각했다. 괜히 남들이 가라는 길로 가지 말자. 어차피 안 맞으면 더 돌아가고, 더 시간 걸린다. 그 때부터 중요한 때에 마음이 가는 길을 선택했다. 고집부리고 맹랑하게 살아오면서 많이 불안해 했었다.

  나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던 것일까?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뭉쳐 놓으니 길이 보였다. 결국 마지막에 개발과 디자이너 사이에서 고민하다 디자이너를 선택하던 것, 공기업 준비를 하자며 꼬시던 친구들을 뒤로 하고 그림을 그리던 것, 유튜브를 시작했던 것... 나는 중요한 기로에서 항상 마음이 가는 길을 택했다. 그 모든 길이 결국은 하나로 이어져 있던 거다. 포기하지 않고 좋아하는 걸 택했던 것이 결국은 이렇게나 멋지게 모였다. 다행이다. 세상에 나 이렇게 살아왔소 공표할 때에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어서. 

  물론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아 뽑히는 건 다른 문제겠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뿌듯하다. 내 삶이.

많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