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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서울살이 10년만에 서울이 두려워졌다

by 로그진 2024. 3. 27.

이사를 했다

 

7평짜리 2000/60 원룸으로

원래 살던 곳은 오피스텔에 6-7평, 500/60이었다. 빌트인 수납공간이 많았고 오피스텔이라 보안이 좋았다. 그리고 화장실이 건식 화장실이었다. 샤워부스도 따로 있었음. 대출을 끼고 이사를 해야 해서 꽤나 먼 거리였던 부동산을 세 번 방문했다. 처음 봤던 집들은 5000/60대 건물들이었는데 전에 살던 오피스텔이랑 방 컨디션이 비슷했다. 부동산에서 카카오랑 토스에서 무수입자도 대출이 된다고 해서 열심히 집을 보러 다녔다.

 

무직자 카카오/토스 전세자금대출 키워드를 보고 오신 분들이라면, 결과적으로 카카오랑 토스 무직자 전세자금대출은 실패했다. 보러 간 건물들이 5000/60-50 정도의 월세 신축 건물들이었는데, 신축은 비대면 대출이라 건물 시세를 은행에서 자체 심사한다고 했다. 근데 자체 심사를 집주인이 심사한 것에 비해 너무 낮게 나온다. 시세가 낮으니 융자비율이 높아지고, 융자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한다. 내 대출 신청 때는 4층짜리 신축 건물 시세를 4억으로 책정했다... 융자가 6억이고 집주인이 시세를 자체적으로 받아서 부동산에서 확인했을 땐 융자 비율이 엄청 낮은 집이었는데 카뱅에서 시세가 저렇게 측정되니 답이 없었음. 카카오에서도 여러 조건을 고려해서 심사를 낸 거겠지만 대출이 나오지 않았으니 암담했다. 

 

결국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다시 집을 구해 지금 집에 살게 됐다. 빌트인 된 오피스텔에서 살다가 아무것도 없는 원룸 오니 처음엔 넓어서 너무 좋았는데, 빌트인 서랍장 등이 없으니 서랍장을 내가 사야 된다. 요즘 서랍장은 왜 또 그리들 비싼지. 그리고 여기 원룸 방이 큰 대신에 화장실이.. 사람 2명 겨우 들어갈 공간이다. 샤워하는데 물이 다 튀어서 수건을 걸 수가 없다. 집에서 샤워는 최소한으로 하고, 집 근처 헬스장에 등록해서 취업하면 아침에 운동하고 샤워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이사로 모아둔 돈을 신나게 까먹는 중이다. 조금만 더 까먹으면 주식 팔아야 하는데 거기까진 안 갔으면 좋겠다. 

 

처음으로 서울에 사는 게 원망스러워졌다. 취업은 왜 이렇게 안 되며 회사들은 왜 죄다 강남에 있는지. 그래서 천정부지로 뛴 집값을 내가, 정확히는 무직 백수 딸을 둔 죄없는 우리 부모님이 감당하셔야 하는지. 서울을 꼭 고집했어야 했는지...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약의 힘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조금 우울하긴 하다. 

 

잘 되는 사람들은 운칠기삼이니 나 또한 특별할 게 없다

나는 특별하니까 세상이 날 알아볼 거라 생각했다.

는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평범하게 굶주리는 삶을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럴거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굶고 싶다. 포트폴리오가 문제 같은데 피드백을 줄 사람이 없어 디자인 학원을 하나 더 등록해서 다니기로 했다. 이게 맞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지만 깊게 파고들진 않고 생각이 곧잘 멈추는 걸 보니 아직 정신상태는 건강한 것 같다. 

 

그래도 역시나 잘 돼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그런 소망이 아직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