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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어제 유튜브를 그만뒀다.

by 로그진 2023. 6. 8.

아래 인사말 전문.

 


안녕하세요 체셔입니다.
체셔 유튜브와 여태까지 달려오신 분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유튜브를 마무리하고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보려 합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2년. 열정과 사랑만으로 유튜브를 달려온 나머지 그것들이 소멸되었다고 느낍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회의 압박과 현실과 이상의 괴리, 실적은 커녕 요만큼의 성장도 보이지 않는 유튜브 분석란에게 나의 열정과 사랑이 부딪혀 산화되었다고 느낍니다. 저는 여전히 여러분을 사랑하지만 업으로써 유튜브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리라 판단했습니다. 학원을 다니면서 취업 전까지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더 진행하려고 했으나, 편집본의 실적이 가능성이 없을 정도로 저조하고 저 자신도 재미있는 영상을 더 이상 뽑아낼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습니다. 어떤 것이 재미있는지 어떤 것이 잘 될지 예측도 판단도 못하겠어요. 예전에는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어떤 점이 흥하는지 계속 배우려고 했습니다. 근데 요즘은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배워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질투가 나 견딜 수가 없어요. 나도 저기 저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 같고, 저 사람들이랑 나랑 뭐가 다른가 싶고. 나랑 다른 점을 보며 나는 이게 달라서 안되나. 하는 생각만 들어 괴롭습니다. 6개월은 버틴다고 자신있게 말한 게 얼마 전인데, 이렇게나 빨리 백기를 들 줄은 저도 몰랐어서 여러분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놀랐겠지요.
많이 분합니다. 제가 한 선택과 운영 방식. 모두 많은 노력과 고뇌를 거쳤지만 해내기엔 역부족했네요. 다른 아이디어, 다른 방식의 유튜브 운영이 지금도 쉬지 않고 떠오릅니다만 저는 그걸 실행하기엔 너무 지쳤습니다. 다들 제가 잘 될 거라고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거라고 말해주었으나 결국 제가 먼저 지쳐버렸네요. 땅을 파다 보석을 앞에 두고 물러나는 사람 같아 포기하지 못한 채 몇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그 성공이 보인다 해도 손에 힘이 없어 조금도 파지 못할 것 같아요. 제 패배입니다. 저는 성공하기엔 많은 것들이 부족한 사람이었나봐요.
부족한 저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여러분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마지막이 올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잘해줄 걸 그랬습니다. 
유튜브에게 패배한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아프지만 다른 방식으로라도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요. 사실은 여러분을 등지고 다시 혼자가 된다는 게 가장 두렵습니다. 2년의 마라톤 동안 나를 믿어 준 여러분과 이제는 안녕이라는 게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안녕을 고해야겠지요. 많은 대안 또한 고민해 봤지만 방송에 더이상 시간을 쏟기에 안일하게 준비할 상황이 아니네요. 언젠가 여유가 생긴다면 어떤 형식으로든 인사 드리겠습니다. 아프지 마시고, 하는 일 항상 잘 되시고. 
온 마음을 다해 여러분과 유튜브를 사랑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체셔 올림


  오랜만에 쓴 글 치곤 잘 쓴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든다. 정말 이 이상 할 말이 없다. 마지막 방송을 할 때도, 물론 지금도 조금 더 버텼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더 버텼으면 내가 망가졌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잘 한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한 선택으로 만들어야지. 

  어제 마지막 방송을 하고 오늘이 됐다. 어제는 방송을 끄고 잠이 오지도 않고 배가 고프지도 않아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컴퓨터는 방송 생각을 나게 하는데 집 안 어디에 있어도 컴퓨터가 빠방 하고 보여서 미칠 것 같았다. 내 인생에 방송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사랑했다곤 하지만, 없어져서 아프고 나니 정말로 사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다음날. 지금은 아쉬움 반, 미련 반 상태다. 침대에서 나오는 게 너무 힘들어서 계속 자고 싶었는데 너무 잤는지 더 이상 잠이 안왔다. 약을 먹고 잘까 했는데 그럼 진짜 하루종일 잠만 잘 것 같아서 무서워졌다. 결국 할 수 있는 것 부터 하나하나 했고, 크로마키 천과 거치대를 당근에 올리고, 남은 세금 처리와 다시보기를 올렸다. 씻지는 않았지만(세수와 양치는 했다.) 나가서 밥도 먹고 카페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 집에서는 책이 정말 안 읽혔는데 카페에 오니 확실히 리프레쉬가 되는 기분이다. 저녁쯤 출발해서 24시 카페에 일부러 왔는데 내가 언제까지 여기 있을지는 모르겠다. 

  밖은 비가 온다. 집에 있으면 진짜 돌아버렸을거다. 버틸 수 있을 때 까지 버티다 집 가서 바로 자야지. 그리고 내일 되면 집안일을 조금 하고 또 나와서 카페에 있어야지.... 그러다 보면 괜찮아질까. 잘 모르겠다. 

  습관적으로 애들 반응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고 있네.. 이건 언젠가 애들한테 보여줄까? 안 보여줘야 하는데. 보여주기 시작하면 또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쓸 테니까...공개할 것만 공개하면 되죠 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허어어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삭제된 문단

  애들이 있었다면 이 대목에서 어이없어 했겠지..... 미련이 줄줄이다 아주. 어떻게 해야 맞는지 나도 모르겠다... 마음 가는 대로 항상 행동했는데 한번 실패를 맛보고, 열심히 읽고 있는 <역행자>에서 순리자의 선택 어쩌고 하는 대목을 봐서 더 고민이 된다. 글을 보여 주는 이득이 뭘까? 그냥 내 만족이지 뭐. 애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열심히 쓰게 될까. 안좋은 점은? 애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머리를 비우고 글을 쓰는 게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조회수 신경쓰일 것 같음. 그런 걸 신경 안 쓰고 싶어서 비공개 글을 올리는 건데.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한 세번 정도 더 애들한테 블로그 주소를 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 때 뿌려야지. 

  내 생각보다 더 츄르들을 의지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