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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당신은 이 세계에서 죽지 않습니다. 다만 움직이지 못할 뿐입니다.-<마비노기 모바일>리뷰

by 로그진 2025. 6. 14.

  육체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무슨 느낌일까? 늙지도, 죽지도 않고 외모를 자유롭게 택할 수 있고, 좀 늙었다 싶으면 환생해버리는 불멸자로서의 삶은 어떨까? 궁금하다면 이 게임을 추천한다. 요즘 가장 핫한 게임, <마비노기 모바일>이다. 

가자, 에린으로!

여기서 플레이어는 '밀레시안'이라는 종족으로,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다른 게임이랑 뭐가 다르냐 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토요일마다 나이를 먹는다. 늙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밀레시안은 현실 시간으로 1주일(마비노기 시간으로 1년)마다 나이를 먹는데, 10-17세까지 자랄 때마다 외형이 변하고(성장하고) 17세가 되면 노화가 멈춘다. 마비노기 특유의 디테일한 설정이 단연 돋보이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자세히 보면 오른쪽이 좀 더 짧다.
마비노기에서는 여타 다른 게임과 같이 '죽었다', '사망'이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행동 불능일 뿐.

  죽지 않으니 죽음이 그만큼 가볍다. 물론 게임 내에서는 부활 횟수 제한이 있는 컨텐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죽으면 부활하면 된다. 죽으면 아이템이고 진행 상황이고 드랍되어 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로그라이크 게임(ex. 데드셀)같은 경우와는 완전히 반대다.

정말 (개같은) 게임이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게임, <Dead Cell>

  이러한 설정 덕분에 마비노기는 직업도 쉽게 스위칭 할 수 있다. 내가 오늘은 법사였는데 내일 전사하고 싶으면 무기랑 엠블럼만 갈아끼우면 되는 식. 덕분에 모든 직업(클래스)레벨의 합이 675렙 이상이면 주는 타이틀인 <다재다능>도 존재한다. 오래 살면 살수록 더 많은 지식이 내 안에 축적되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우리의 인생처럼 후퇴하지 않는다. 다만 성장하고, 축적할 뿐.

  이 포인트가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실패할 일이 없다는 것. RPG 요소의 특징인 쉬운 성장과 자유도를 좀 더 리얼하게 연출하여 성취감을 극대화한다. 나는 에린에서는 이것도 되어 보고, 저것도 되어 보고, 여기도 여행해 보고, 가끔 멈춰 캠프파이어에서 연주도 한다. 모든 자원이 풍요롭다. 시간에 쫓길 이유가 없다. 그저 성장하고 성장하다 보면 매우 큰 성취감과 어느새 고인물이 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아주 쉽다. 고난을 거칠 필요가 없다. 그저 던전 오토 몇 번만 돌면 된다. 젊은데 돈도 많고 명예도 있게 해 주세요, 인생에 실패는 없고 성공만 있게 해 주세요라는 우리의 소망이 에린에서는 이뤄진다. 

  실제로 내가 밀레시안이면 어떨까? 만약 이 세상에 나 혼자만 밀레시안이라면 정말 지루할 것 같다. 그렇지만 마비노기는 다같이 밀레시안임. 다같이 밀레시안이면? 내 친구들과 나만 밀레시안이면?? 맨날 놀고 먹고 마시고 혈당상관하지않고 설탕꽈배기 햄버거 콜라 감튀 초콜릿 요아정 수박주스 먹을 거다. 그리고 친구들과 천년만년 낚시하고 글라스기브넨 심심하면 잡으면서 영원히 재미있게 살아야지. 또 심심하면 가끔 세상도 구하고 신들과 농담 따먹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면 좋겠다. 면접에 실패해도 취업에 실패해도 우리는 앞으로 50억년 정도 남았으니까. 하고 친구들이랑 술이나 까고 싶다. 돈이 부족하면 까마귀가 물어다주는 은동전을 던전에 바치고 뺑이 좀 치거나, 길가다 달걀 훔쳐서 여행자 간식 만들어서 먹고 싶다. 평화로운 풀숲에서, 도시의 인간이 아닌 에린의 밀레시안으로.

  간접적으로도 체험해 보고 싶다면 <마비노기 모바일>을 해 볼 것을 권한다. 게임에 접속함과 동시에 쉼없이 흘러가는 현생은 저 멀리 날려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