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억이 드문드문 날 정도로 어릴 때, 인라인 스케이트를 곧잘 타고 다니곤 했다. 아무리 요즘보다 자동차가 많지 않은 시대였다고는 하지만 예닐곱살 아이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쌩쌩 타고 다니기에는 많이 위험했을 것인데, 나는 매일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다녔다. 웃긴 건 지금은 자전거라도 타고 길을 다녀보라 하면 그렇게 못하겠다는 것이다. 넘어질까봐 두렵고, 부딪힐까봐 두렵다. 천둥벌거숭이 같았던 어릴 때랑 달리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겁도 같이 늘었다.
겁은 자전거를 탈 때만 늘은 것이 아니다. 친구를 사귀지 못할까 두렵고, 학원에서 수업 내용을 제대로 못 받아들일까 두렵다. 처음 하는 것들, 낯선 것들이 어느새 공포가 되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작은 실패만 해도 벌벌 떨고 일이 아주 잘못될까 두렵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있다. 게임이다(!) 세상사랑 게임이 같냐고 묻고 싶은가? 뒤로가기를 누르지 말고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먼저 여러분에게 오버쿡드2를 소개하겠다.
오버쿡드는 최대 4인용인 주방 시뮬레이터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은 공통으로 제공되는 레시피를 보고 협동하여 요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빠르게 하면 할수록 점수를 많이 주고, 어느 정도 수준의 컨트롤을 요하는 게임이라 난이도 중상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우정 파괴 게임이라고 불리는 것도 종종 보이는데, 협동 게임이 으레 그렇듯이 각자 주어진 역할이 있는데 그걸 못하게 되면 고성이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츄르들이랑 하는 나는 나만 소리지른다. 츄르들아 그렇게 됐다)
어쨌든 쉽지는 않은 게임을 둘-넷이서 하다 보면 3개까지인 별을 1개,2개까지만 받을 때가 있다. 우리는 3인 기준 별 3개를 목표로 잡기 때문에 목적 달성에 실패한 것이 된다. 별을 3개 받지 않아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어 그냥 넘어갈 만도 하다만은 우리는 항상 한번 더! 를 외치며 재도전한다. 재도전하면 된다기보다는 될때까지 재도전한다.
별 3개를 위한 여정은 험난하다. 스테이지 하나 깨는데 한시간 걸린 적도 있음. 그렇지만 알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수많은 실패와 피드백, 숙련도가 더해지면 못 깰 스테이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번 더!를 외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언젠간 깰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도 그렇지 않나? 많은 실패와 피드백이 있으면 언젠가 성공하지 않나? 나는 그 과정에서 쓸데없이 겁을 내어 감정소모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처음엔 누구나 실패한다. 숙련되지 않았고 낯설고 자기의 문제점을 모른다. 그러나 한 두판 쌓일 수록 숙련도는 더해지고, 고치면 될 문제점은 선명하게 보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모든 순간이 쌓여 성공하기까지의 지난한 시간을 공포에 사로잡혀 보내지 않는 것이다. 공포에 질리면 감정을 소모하게 되고, 그건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들, 가령 내 한계는 여기까지라던지, 더 해봤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던지 등의 생각들을 낳는다. 또한 공포는 피드백을 할 의지와 시야를 흐리게 한다. 본인이 만든 부정적인 생각에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은 알고 있음에서 나온다. 실패와 피드백과 숙련도. 어디 가지 않고 쌓이는 그것들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 성공함을 아는 것에서 말이다. 기억하고 있자. 끝없이 되풀이되는 실패를 무던하게 겪어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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