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혹독한 이 세상, '나'를 지키는 이야기 - <레슨 인 케미스트리>리뷰

로그진 2023. 6. 16. 18:24

  1961년 11월을 살아가기에 엘리자베스는 너무 기가 세다. 

  너무 이기적이다.

  너무 똑똑하다.

  세상이 이 여자를 가만 놔두질 않는다. 엘리자베스는 가만히 있는데 세상이 그를 모욕하고 공격한다. 꺾어놓고야 말겠다는 듯이. 

  1961년의-사실 지금도-사회란 것은 얼마나 '다른' 사람들에게 가혹한가. 특히 여자가 다르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 모난 돌을 어떻게든 깨부시려고 달려든다. 대체 남이 어떻든 뭘 하든 뭔 상관이냐 싶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그런 사회에서 어떻게 이 뛰어나고 현명한 여성이 살아남는지를 이야기한다. 

  수많은 역경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누군가는 엘리자베스가 행복해진 이유가 수많은 엘리자베스의 사람들-여섯시-삼십분, 해리엇, 매들린, 캘빈 등-때문이라 말할 수 있겠다. 아니면 엘리자베스의 기막힌 운-6시 저녁식사 채널의 성공, 후원자의 등장-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수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엘리자베스가 그 많은 불행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 다움을 포기하지 않은 것을 꼽고 싶다.

  엘리자베스의 '나 다움'이란 무엇일까? 가장 크게는 화학자로서의 정체성이다. 그는 연구소를 떠나면서도 화학자의 정체성을 놓지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화학자였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서 화학자다운 선택을 했다. 그게 결국 그를 다시 연구소에 도착하게 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내가 하고 싶은 직업들은 보통 사람들이 돈을 못 벌거나, 대우를 못 받는다고 하는 직업들이다. 나는 사회의 그런 메시지에 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진로를 선택하는 데 고민을 많이 했다.(사실 지금도 디자이너보다 개발자가 더 나을지 고민이 된다.) 그런데 엘리자베스는 정말 우직하게 화학자 한길을 밀고 나가더니 결국 성공한 화학자가 되어 버린다. 세상에! 누군가 너도 할 수 있어. 라고 이야기해준 기분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엘리자베스라면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엘리자베스라면 아마.. 흠칫. 하고 생각하더니. 희망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요지의 화학 공식을 하나 얘기한 후,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라고 하겠지. 

  엘리자베스의 성공 요인 중 닮고 싶은 건 그가 매우 무던하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성격이 심플하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남들이 나에 대해 수군수군해도 그렇군.. 한다. 그게 엘리자베스를 지탱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인생 좀 그렇게 심플하게 살고 싶다.

  어쨌든 엘리자베스는 행복하다. 엘리자베스가 책의 끝부분을 넘어 모든 세월 행복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