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코로나에 걸렸다(이제서야)

로그진 2023. 9. 12. 15:43

  지난 목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좀 이상했다. 좀 추웠고, 몸과 무언가가 닿으면 따가웠다. 전날까지 장염 증상으로 고생하기도 했고 생리도 마침 터졌기 때문에 생리통이 심하게 왔구나 생각하고 학원을 쉬었다.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겠지. 

  자고 일어나니 한결 나았다. 오늘은 뭘 하고 놀까 생각하며 뒹굴거리는데, 점점 몸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말은 못 하겠지만, 아팠다. 그리고 점점 더 아파지고 있었다. 

  나는 이거 보통 아픈 게 아니다, 직감했다. 집에 쌓여있던 자가키트 중 하나를 꺼내 테스트를 해 봤다.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보단 올 게 왔다는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듯이 나는 백신도 2차까지만 맞은 주제에 아직까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던 건강한 숙주이기 때문에. 점점 아파오는 몸을 느끼며 10분을 기다렸다. 한줄이었다. 

  한 치의 믿음도 없이 나는 병원으로 출발했다. 눈이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코로나든 아니든 병원에 가야 하는 몸상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볼 것도 없이 코로나였다. 망할 자가키트는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라지.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병원에 그 어느 날 숙취에 깊게 찌들어 고통을 뒤로 미루고 저벅저벅저벅 걸어갔던 것 처럼 힘차게 도착했다. -코로나 검사하러 왔어요. -자가키트에서 두 줄이 나왔나요? -아니요. 간호사는 이놈 뭐지 하는 눈빛으로 날 한번 쳐다본 다음 코로나 검사는 3만원이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곤, 복도 끝 방으로 가라고 했다. 나는 휴대폰을 붙잡고 X에 코로나 확진까지의 실시간 기록을 남기며 기다렸고, 곧 의사가 왔다. 

  긴 면봉이 뇌를 쑤셨다. 이비인후과를 자주 다니는 편인데도 뇌에 뭘 집어넣는 것은 항상 익숙하지가 않다. 체감 5분인 검사는 5초만에 끝났다. 이어 간호사가 주는 질문지에 도로명 주소를 검색해서 적고 있는 내 뒤로 의사가 지나가면서 확진입니다~ 라고 했다. 오늘 점심은 김치찌개입니다~ 라고 하는 말투 같았다. 내 확진 소식이 마치 김치찌개 소식 같아 덩달아 위기감이 사라진 나는 또 다시 잠시 대기하다 의사가 불러서 진료실 문 앞에 서서 진료를 받았다. 간호사가 열을 쟀고 37.9도였다. 눈이 괜히 뜨거운 게 아니었던 거다. 웃긴 건 마치 확진을 기다린 것 마냥 몸상태가 진료받고 있는 도중에 급격히 나빠졌다. 숨쉬기가 가빠졌고 몸이 더욱 아파졌다. 긴장이 풀린 건지 뭔지. 결국 서서 진료받다 앉아서 진료 받으면 안되냐고 의사에게 외쳤다. 

  몸이 많이 안 좋은데 약을 받으려고 많이 기다렸다. 디질 것 같은 와중에 식당에서 비빔밥을 시키고 또 한참 기다림. 집에 가면서 코로나란 숙취 같구나. 라고 생각했다. 숙취에 찌들었으면서 챙겨줄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여기저기 야무지게 돌아다니는 대학생의 그것과 같았다. 어쨌든 집에 도착했고, 그 때 즈음 눈이 튀어나오게 뜨거워서 대체 열이 얼마나 오르면 이럴까 궁금해서 재 봤더니 38.9도였다. 40도면 내장이 익는다던데. 죽기 직전 아닌가.따위의 생각을 하다 안 들어가는 밥을 억지로 쑤셔 넣고 약을 먹고 쓰러지듯 잠들었다. 

아프면 나만 손해라더니 진짜였다.

  한 두 시간 정도 잤을까, 일어나니 몸이 가뿐했다! 정확히는 몸살기랑 열만 가신 거지만. 어쨌든 가뿐했다. 약이 잘 듣는 체질이라는 걸 정신과 약에서만 느껴봤지 코로나 걸렸을 때 덕을 보긴 또 처음이네. 원래는 팬티만 입고 자는데 자다가 죽었는데 알몸이면 쪽팔릴 것 같아 잠옷도 챙겨입고 잤다. 아직도 아팠지만 기분이 좋았다. 

  몸은 이날 이후로 더 나빠지진 않았다. 3일째였나 아침약을 먹기 전 병원에 갔는데, 병원에서 오래 기다려서 약효가 떨어지니 다시 몸상태가 확 안좋아졌던 걸 빼면 그냥저냥 잘 이겨냈다. 오늘로 5일째고 지금은 콧물, 가래, 기침 정도만 남아있다. 

  살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아팠던 병이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시시하게 지나가서 다행이고 시시하다. 그리고 목 아플 때 맵고 뜨거운 걸 먹으면 목이 아픈 걸 배웠다. (설빙은 괜찮았음)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을 느끼는데, 기침가래가 사라지고 나면 걷기부터 천천히 운동이라도 해야 겠다고 생각 중이다. 

  나도 코로나 걸려 봤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은 아프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