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를 열 방 놓을거예요, 당신의 목에
요즘 목이 아프다. 자세가 안 좋아선지 목 뒤쪽 근육이 점점 아프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목이 아파서라도 바른 자세를 해야 할 정도로 아팠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유튜브에 나온 스트레칭이나 따라하다가, 진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병원 갈 시간이 되길래 병원이나 가볼까 싶어서 병원을 갔다.
뒤쪽이 찍찍이로 되어 있는 병원복을 입고 빠르게 엑스레이를 찍고 대기한 뒤, 진료를 봤다. 엑스레이상으로는 문제가 없고, 디스크도 별 문제 없다고 했다. 하지만 통증이 있으면 주사나 물리치료같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주사! 나는 주사를 잘 맞는 편이다. 작게는 예방접종부터 크게는 치과에서 잇몸에 놓는 마취주사까지.(마취주사는 잘 못 맞는다. 누구든 그렇겠지만) 하지만 어떤 방법이 나은 지 알 수 없어서 의사한테 물었다. 어떤 방법이 좋은가요. 의사는 주사를 추천했다. 빨리 낫고 효과도 좋다고 했다. 그럼 주사를 맞겠습니다. 나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내 앞의 고학력 전문의를 믿고 대답했다.
처치실에 들어오래서 들어갔는데, 뭔가 수술실 같은 인테리어에 내 촉이 오싹했다. 이어 간호사분이 옆으로 누우라신다. 옆으로요? 설마? 누군가가 말한 목에 주사 맞았다더라는 썰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이미 나를 위해 세 분 정도의 간호사분들과 한 분의 의사가 처치를 위한 준비를 하고 계셨다. 물러날 곳은 없었다. 나는 미지근한 처형대에 옆으로 누웠다. 간호사가 뒤쪽 찍찍이를 풀어 내 어깨가 드러나게 했다. 팔이 아니었다. 목이었다목이었다목이었다목이었다나는 곧 목에 주사를 맞을 것이다. 간호사가 내 목과 어깨를 소독하며 주사는 원장님이 맞춰주실거라고 했다. 친절한 안내 감사합니다. 시원해지는 목과 어깨를 느끼며 의사를 기다리는 영겁의 시간이 지나갔다. 원장님이 들어오셨다.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달그락. 철제 트레이에 있던 주사를 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원장님이 말씀하셨다. 따끔해요.
!!
단 한번도 바늘은 커녕 종이에도 안 베여본 나의 야들한 목덜미에 바늘이 무자비하게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아팠다. 그래도 한 번은 참을 만 했다. 문제는 한 번이 아니었지만.
원장님은 말씀하셨다. 따끔해요. 아팠다. 또 말씀하셨다. 따끔해요. 아팠다. 또. 또. 또. 또. 또또또또또또또
나는 여기가 한의원인 줄 알았다. 이 지옥의 침놓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한의원보다 낫다. 한의원은 침을 놓고 그대로 있는데 여긴 침을 놓고 바로 빼니까. 따위의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원장님은 쉴새없이 주사를 놓고 계셨다.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뒤 원장님이 '따끔'을 말하기를 멈추셨다. 대신 엎드리세요~ 라고 말하셨다.
그 뒤에는 똑같았다. 목에만 찍어 누르던 따끔해요가 어깨에 골고루 따끔했던 것 빼곤.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내 업보였다. 스트레칭을 열심히 해야지. 다시는 이런 고통을 겪지 않으리. 억겁의 시간이 또 지나고 처치가 끝이 났다. 남자 간호사가 있어 내 옷이 흘러내리는 걸 여자 간호사분이 잡아주고 신경을 많이 써주셨는데, 나는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내가 방금 무슨 고통을 겪은 건지 어안이 벙벙해서 얌전히 주사맞은 부위를 닦아주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주사를 맞은 부위에 밴드를 붙여 주신댔는데, 몇 개를 붙인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많이 붙이셔서 실소가 나왔다. 나가서 옷 갈아입으실게요. 네.... 멍청하게 처치실을 나와서 옷을 갈아입고 물리치료실로 갔다.
물리치료는 좋았다. 뜨끈하고 찌릿찌릿한 것을 내 목덜미에 대거나, 손맛 좋은 물리치료사가 목을 마사지해주거나 했다. 핸드폰을 해도 되는지 몰라 쌩으로 40분정도를 누워 있었지만 뭐 괜찮았다. 물리치료가 끝나고 약을 받고, 업보청산이 마무리되었다.
엄마한테 이 인생경험을 하소연하려고 전화했는데, 엄마는 게임 많이 해서 그렇다고 했다. 어이없어. 물론 오늘도 게임 할 거고 어제도 게임 했고 그제도 게임 했지만. 어쨌든 엑스레이상 문제는 없었다는 말을 전해드리며 전화를 끊었다.
지금은 목과 어깨가 진짜 하나도 안 아프다. 병원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