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랜선으로라도 우리는 이어져 있어

로그진 2023. 6. 28. 21:58

  팬카페에 디스코드방을 만들었다. 유튜브를 관두고 가장 힘들었던 게 츄르들하고 떨어져 버린 느낌이기도 하고, 나도 그렇고 츄르들도 힘들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고로 단체방이란 필시 언젠가는 와해되기 마련이지만, 이대로 견우직녀처럼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심심했다. 

  츄르들은 생각보다, 아니, 상상보다 더 열정적으로 디스코드 방을 쓰고 있다. 어제는 새벽에 깨서 폰을 보다가 디스코드 방에 들어갔는데, 나 빼고 모든 츄르들이 음성 채팅방에 있었다(새벽 6시에..)나는 그때까지 떠들고 있는 줄 알았다. 근데 츄르 한 명 빼고 다 자고 있었다..!

사이버 온기가 아니라 열기를 느끼며 츄르들은 잠들어 있었다..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르겠다. 진짜 이사람들 미쳤구나 싶었음. 다들 디코방이 매우 재밌나보다. 다시 자려고 디코방을 나오면서 진짜 잘 만들었다. 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사람들과 교류가 끊어졌다고 느낄 때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나는 보통 깊은 관계를 한 두 개 만드는데 그게 편하긴 하지만 끊어졌을 때 너무 타격이 커서 친구랑 관계를 위해 해야 할 갈등 같은 걸 아예 피해버리게 되고, 그게 결국 둘의 관계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때가 많다. 그래서 디코방 만들기 전에도 오픈카톡 모임을 여러 개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거기 사람들은 바쁘거나 시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가벼운 관계조차 만들기 힘들었었다. 이번 디코방은 어떤 형태로 유지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다 내 팬이기 때문에 참여율이 높아서 매우 만족스럽다. 

  잇팁이와 페이스톡을 하면서 서로 할일 하기는 많이 해봤는데 이런 인친(인터넷친구)들이랑 하는 건 또 처음인데 재미있다. 랜선으로 이어진 인연이지만 최근 가장 가까운 인연들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이래서 다들 디코방에 상주하는 걸까 싶다. 츄르들도 많이들 외로워하는 것 같던데 디코방이 인연의 돌파구가 될 수 있기를..